[앵커]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설가 한강.
지금 현재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기자회견을 한다고 합니다.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한강]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시 이렇게 스톡홀름에 오게 되어서 너무 반갑고 기쁩니다.
지난 며칠 동안 아마 많은 한국 분들이 그랬을 텐데 충격도 많이 받았고 아직도 굉장히 많은 상황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기 때문에 계속 뉴스를 보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먼저 아까 제가 잠깐 짧게 말씀드렸는데 저의 생각을 잠깐 정리해서 말씀을 드린 다음에 지금 하신 질문에 답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날 밤에 아마 모두들 그러셨을 것처럼 저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소년이 온다를 쓰기 위해서 79년 말부터 진행되었던 계엄 상황에 대해서 공부를 했었는데요.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2024년 겨울의 상황이 다른 점은 모든 상황이 다 생중계가 되어서 모든 사람이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저도 그 모습들을 지켜보았는데 맨몸으로 장갑차 앞에서 멈추려고 애를 쓰셨던 분들도 보았고 그리고 맨손으로 무장한 군인들을 껴안으면서 제지하려고 하는 모습들도 보았고 또 총을 들고 다가오는 군인들 앞에서 버텨보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군인들이 물러갈 때는 잘 가라고 마치 아들들한테 하듯이 그렇게 소리치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그분들의 진심과 용기가 느껴졌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분들이 느끼셨을 것 같은데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뭔가 판단을 하려고 하고 어떤 내적 충돌을 느끼면서 최대한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 명령을 내린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소극적인 것이었겠지만 보편적인 가치의 관점에서 본다면 생각하고 판단하고 고통을 느끼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던 적극적인 행위였다고 생각이 됩니다.
바라건대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론을 막는 그런 방식으로 통제를 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문학의 역할에 대해서 물어보셨는데 문학이라는 것은 끊임없이 타인의 내면으로 들어가고 또 그러는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을 깊게 파고들어가는 그런 행위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그런 행위들을 반복하면서 내적인 힘이 생기게 되죠.
그래서 어떤 갑작스러운 상황이 왔을 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최선을 다해서 어떤 결정을 하기 위해서 애쓸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문학은 언제나 우리에게 어떤 여분의 것이 아니고 꼭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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