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지방분권법에 따라 주민이 주인이 되는 풀뿌리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 도입되었으나 실상은 과감한 권한 이양이 없어 큰 역할을 못 해온 주민자치위원회.
그러나 2010년 18대 국회에서 특별법으로 제정된 ‘주민자치회’ 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주민자치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주민의 주권을 실현하는 ‘주민총회’를 강력한 도구로 삼아, 직접민주주의 모범국이라 불리는 스위스를 따라잡을 주민자치제도가 시작된 것이다.
진정한 주민자치의 실현을 꿈꾸는 ‘주민자치회’는 2013년 31개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실시된 이래 작년부터 확대 실시돼 현재 626개 마을에서 진행되고 있다. 달콤한 결과를 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전국 각 마을의 달콤쌉싸름한 주민총회 도전기를 들여다본다.
■ 지금 대한민국엔 ‘주민자치’의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전남 담양군 수북면. 이 마을에선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초등학생부터 80대 어르신까지 남녀노소 불문하고 함께 마을의 중대사를 의논하는가 하면, 귀농ㆍ귀촌 붐에 따라 유입되고 있는 정착민과 원주민 간의 화합을 위해 음악회를 개최하고, 정착민들이 수북면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각종 혜택을 주는 카드까지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계획하고 실행시킨 중심에는 군청이나 면 소재지의 공무원이 아니라 ‘주민자치회’가 있다. 3년 전 주민자치회를 구성한 수북면 주민들. 특히 갈수록 줄어드는 마을 인구수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주민들은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냈고 지난해 담양군 12개 읍면동 중 유일하게 인구가 증가한 놀라운 성과까지 이뤄냈다. 주민자치 3년, 마을에 불어온 새로운 변화와 바람은 바로 주민들이 함께 모여 마을의 일을 결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경상북도 의성에선 성공적인 주민자치를 위한 또 다른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안계면에서 최초로 ‘개방형 직위’를 통해 면장을 선출한 것이다.
개방형 직위란 공개적으로 민간전문가를 모집, 공개경쟁시험을 통해 후보를 선출 후 주민들의 투표로 최종적으로 직위를 임명받는 것을 말한다. 즉 면장을 면면 스스로 뽑은 것이다. 이렇듯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민주주의 방식으로 선출된 안종천 면장. 그는 30년 후 안계면의 발전된 모습을 그리며 그 중심에 주민이 주인인 ‘주민자치회’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새로운 실험과 함께 주민자치회를 준비하고 있는 안계면에서는 어떤 바람이 불고 있을까?
■ 주민자치를 선도한 스위스의 직접 민주주의 ‘란츠게마인데’
고령화 문제의 해법을 제시한 일본의 ‘주민자치’ 이야기
직접 민주주의가 발달한 스위스. 이곳에서 주민자치가 가능한 이유는 750년 전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특별한 전통, ‘란츠게마인데(Landsgemeinde)’가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에 2,200개 이상 존재하는 게마인데는 우리나라의 읍 · 면 · 동과 같은 최소 행정구역 단위에서 시행되는 자치제도로, 일 년에 한 번씩 주민들이 광장에 모여 마을의 중요 사항을 결정한다. 주 정부나 스위스 중앙정부가 하고자 하는 사안이라도, 마을주민들은 주민총회, 란츠게마인데를 통해 이를 거부할 수 있다. 대중교통 요금 문제, 세금 인상 문제는 물론 마을에 학교나 다리를 놓는 삶과 직결된 주요 사안들에 대해 직접 결정을 내리는 주민들! 주민이 최고 결정권자인 스위스의 주민자치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또한 우리에게도 이미 닥친 큰 문제인 고령화를 주민자치라는 해법으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일본의 요코하마 니시시바 마을을 소개한다. 주민들 스스로 커뮤니티를 만들고 마을 노인들을 위해 도시락 사업을 하며 주민들 스스로 마을의 안전망을 만들어가고 있는 일본의 주민자치. 관 주도의 주민자치에서 벗어나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주민 중심이 된 일본 주민자치를 살펴본다.
■ 코로나19, 그 속에서 피어난 주민자치의 꽃 ‘주민총회’
전국 곳곳에서 주민자치회 전환과 함께 주민총회를 준비하고 있었던 마을들. 그러나 올해 초 예기치 못하게 닥친 코로나19로 인해 주민총회 개최에 어려움이 생겼다. 그러자 새로운 형태의 주민총회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비대면 온라인 투표가 진행되는가 하면 온라인 실시간 생중계를 통해 주민총회가 개최된 것인데... 진정한 주민자치를 위해서 형식보다 중요한 것은 마을의 주인인 주민들의 참여다. 나의 한 표가 마을을 바꾸는 ‘주민총회’를 통해 우리는 한 발 한 발 진정한 주민자치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조금은 쌉싸름하지만 그래서 더욱 달콤했던 전국각지의 활기찼던 주민총회들, 대한민국의 진정한 주민자치의 시작을 보고한다.
KBS 1TV <다큐ON>에서 다큐멘터리
『진짜 주민자치 시작됐다 - 달콤쌉쌀 주민총회 도전기』에서는
주민의 손으로 바꾸는 마을의 변화, ‘주민총회’를 통해
주민자치가 진정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모색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