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다음으로 많이 먹는 주식 작물인 밀.
현재 밀의 자급율은 1.4%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건강하고 담백한 맛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국산 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고
국산 밀을 활용한 새로운 레시피와 음식들도 속속 생겨나는 추세다.
국산품종의 밀은 대개 쌀과 이모작으로 재배돼
겨울철 지나 병충해가 드문 시기인 초여름에 수확해 유기농 재배가 용이하고 땅을 두 번 활용하는 잇점도 있다.
국산 밀을 지켜나가고 국산 밀의 소비를 위해
맛있는 도전에 나선 사람들을 만나본다
■ 국산밀을 지켜내는 사람들
도시에서 하던 빵집을 접고 고향인 충남 금산으로 내려와 밀 농사를 짓는 황선학씨.
그가 다른 작물이 아닌 밀을 선택한 이유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키운 건강한 밀로 빵을 만들고 싶어서다. 유기농법으로 밀을 키우다보니 처음엔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지금은 안정적으로 밀을 생산하고 그 밀로 만든 빵은 건강하고 담백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먼 시골까지 사러 오는 단골도 꽤 늘었다.
국산밀로 짜장면과 짬뽕을 만드는 식당 주인도 있다. 이강호씨는 중식을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다는 사람들을 위해 소화가 잘되는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다 국산밀로 면발을 뽑는 시도를 했다. 처음에는 점성이 높지 않아 실패를 거듭하다 전분을 소량으로 첨가하는 등의 방법으로 제면에 성공했다. 국산밀로 만들어진 짜장면과 짬뽕은 수입물같은 찰진 식감은 아니지만 그해 수확한 햇밀을 사용해 더욱 고소하고 담백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조금씩 인기를 얻고 있다. 수입밀가루를 쓸 때보다 재료비는 3배이상 더 들지만 건강한 맛을 이어가기 위해, 그리고 국산밀 농가를 돕는다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그 맛을 고집할 생각이다.
■ 우리 역사와 함께 해온 밀
밀은 기원전 1만년 전후부터 재배되기 시작해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전파되었다.
평안남도 대동군 미림지에서 기원전 100~200년 경으로 추정되는 밀 유적이 발견됐고,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 반월성지에서 탄화밀이 발견된 것으로 미뤄볼 때 삼국시대 한반도전역에서 밀이 재배된 것으로 짐작된다.
오랜 역사를 이어온 밀이 한국전쟁 이후 밀가루 무상원조가 이뤄지면서 생산기반을
상실하였고, 밀 수입자유화로 값싼 밀이 밀려들면서 국산밀은 설 자리를 잃었다.
식량주권 차원에서 국산밀을 지켜나가려는 노력이 농민단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시작돼 최근 국산밀 생산이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
■ 박찬일 셰프의 특별한 실험
요리사이자 글쓰는 작가이기도 한 박찬일 셰프. 이탈리아 유학 후 돌아와 우리 땅에서
나는 재료로 이탈리아 음식을 만들고 있는 박찬일 셰프는 국산밀에 대해 특히 진한 애정을 지니고 있다.
그가 충남 금산의 황선학 제빵사의 밀밭을 찾아 함께 밀을 수확하고 제분하고 빵을 만드는 과정에 함께 참여했다. 갓 빻아낸 통밀가루에서 나오는 구수한 풍미와 통밀빵을 맛보며 국산밀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았다.
이곳에서 영감을 받아 통밀가루로 직접 파스타면에 도전했다. 그의 특별한 실험을 통해 탄생한 파스타는 국산밀은 빵과 면이 잘 안된다는 편견을 불식시켜주기에 충분한 맛이었다.
■ 건강효능을 높인 국산밀의 탄생
올해 54살의 이정은씨는 삼시세끼 먹는 일이 가장 큰 걱정이자 고문이다. 빵순이라 불릴만큼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지만 정작 자신은 밀 알러지가 있기 때문이다. 심할때는 아나필락시스 반응까지 일으킨다. 실제 밀은 성인 알러지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물질이다.
이런 밀 알러지를 가진 이들을 위한 알러지저감 기능을 가진 새로운 밀종자가 개발되었다.
국립식량과학원에서 개발한 기능성 밀종자인 오프리가 그것이다. 세브란스병원 알레르기 내가 박중원 교수가 오프리를 이용해 전임상 실험을 진행했다. 성인 밀 아나필락시스 환자의 혈청을 가지고 반응조사를 한 결과 일반 밀에 비해 알레르기 항원성이 25%에 불과했다. 앞으로 임상실험이 더 필요한 부분이지만 이 정도 효능이라면 면요리 한그릇 정도는 먹어도 큰 지장을 받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된다.
수입밀로 설 자리를 잃은 국산밀의 새로운 도약을 담은
KBS 다큐 온 – 국산 밀의 맛있는 도전 편은 2021년 12월 10일 (금) 밤 10시 50분에 KBS1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