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11월26일(금) 밤10시50분
앞으로 5년. 대한민국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흔히 노년의 삶은 생애 마이너스 시간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100세 시대, 노년에도 플러스가 필요하다. 고독한 노년이 아닌 사회적 관계 속에서 행복한 노년을 보내기 위해 ‘책’을 든 시니어들을 만나본다. 왜 노년일수록 책을 읽어야 할까?
■ 치매와 노인우울증에 대한 마음처방전, ‘책’
지난해 이귀재(72)씨는 심각한 우울증 때문에 정신과를 찾았다. 오랜 암투병 끝에 먼저 떠난 남편과의 사별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 깊은 우울의 심연에서 귀재 씨를 끌어올린 것은 ‘책’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했지만 엄마로 아내로 할머니로 가족 뒷바라지에 치여 독서할 여유 없이 고단한 삶을 살았다. 70을 넘기고서야 다시 만난 독서의 맛, 귀재 씨의 노년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정혜(73)씨는 몇 해 전 치매5등급 판정을 받고 큰 실의에 빠졌다. 이대로 주저앉을 순 없단 생각에 그녀가 찾아간 곳은 동네 작은 그림책도서관! 그림책을 읽고 책읽어주는 봉사활동을 해온 지 6년, 다시 찾은 병원에서 놀라운 검사결과를 받게 된다. 독서하는 노년은 건강하다. ‘책’은 노년의 삶에 어떤 의미를 만들어주는 걸까.
■ 함께 읽는 노년의 독서, 가족과 관계의 재발견
팬데믹 시기, 노년은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에 가장 취약한 계층이었다. 강력한 거리두기 상황에서도 때로는 온라인으로 가끔은 비대면 모임을 통해 거르지 않고 만났던 책동무가 있어 외롭지 않았던 노년들이 있다. 은퇴 후 독서토론 공부를 해 온 최병일(69)씨가 이끄는 특별한 독서동호회가 있다. 30대 여성 2명과 30대 남성 2명, 초등학생 어린 숙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모여 2시간 동안 열띤 비경쟁토론을 벌이는데... 이들은 어떻게 모인 사이일까. 파주의 작은 책방의 시니어 독서모임 ‘누름돌’, 책방지기와 책방손님으로 만나 독서모임을 만들었다. 육십 넘어 새롭게 사귄 동갑내기 친구들, 책은 관계를 이어주는 단단한 인연 줄이었다.
■ 젊은이는 모르는 ‘노인만의 독서’가 있다
노년층에게 책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매체다. 눈이 침침해서, 집중력이 떨어져서, 피로해서... 읽지 않는 이유는 많다. 독서습관이나 재미를 알기에 너무 팍팍한 삶을 살았던 이유도 있다. 그래서 한국 노년 독서율은 OECD국가 중 하위 수준. 새삼 이 나이에 독서냐? 하는 독자들을 향해 <100세 시대의 독서술>의 저자 쓰노 씨는 그의 책에서 ‘젊은이는 이런 독서 모를 걸’이라고 말한다. 노년에 즐기는 ‘노인만의 독서 묘미’는 어떤 맛일까.
■ 노년의 화두, ‘은퇴’와 ‘죽음’ 책에서 길을 묻다
20년 째 한 가지 주제로만 책을 읽는 독서동호회, 메멘토 모리. 20년을 읽어도 모자란 노년의 화두는 바로 ‘죽음’이다. 지금까지 200권 가까운 관련 책을 읽었다. 무겁고 우울한 주제라 생각하기 쉽지만 정작 죽음을 읽음으로써 이들은 현재, 남은 나의 노년에 대한 긍정의 힘을 얻는다. 노년에 닥친 또 하나의 고민은 ‘은퇴’. 정년을 코앞에 둔 김미선(60)씨는 은퇴 후 ‘캠핑카 상담실’을 계획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체력적으로도 부담스럽지만 용기를 낸 것은 5월, 아흔의 연세에 돌아가신 어머니 때문이었다.
■ 책 덕후 방송인 이금희 씨가 책 읽는 노년을 만난다
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진 방송인 이금희 씨. 지난해엔 맘껏 책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책 읽어주는 유투브 방송’을 시작했다. 프리젠터로 나선 이금희 씨가 직접 시니어 독서모임을 찾아가 한바탕 책수다를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