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는 오랫동안 ‘쓸모없는 섬’, ‘버려진 섬’, ‘척박하여 사람조차 살 수 없는 섬’으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무인도는 그저 육지에서 떨어져 나간 한 점 섬이 아니라 그 하나하나, 넓은 바다를 품고 고유의 생태계를 이루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온 살아있는 유기체이다.
2022년 5월, 지금까지 우리가 잘 몰랐던 무인도의 숨겨진 의미와 가치가 수려한 영상에 담겨 펼쳐진다. 2021년 현재 대한민국이 보유하고 있는 섬은 약 3,400개. 그 가운데 2,918개가 무인도이다. 자연의 시간과 바람과 파도의 힘으로 빚어낸 생태계의 보고이자 어민들의 숨겨진 바다밭, 그리고 국토의 가장 끝점이자 해양영토 시작점으로서의 이야기까지... 새롭게 다시 쓰는 무인도 이야기를 만난다.
■ 어민들 소중한 삶터이자 바다밭, 무인도
○ 제주시 관탈도
매서운 북서풍의 계절이 끝나고 봄 기운이 올라오면 제주시 도두항의 해녀들은 관탈도로 향한다. 망망대해 한복판, 온몸으로 세찬 바람과 파도를 견디며 서 있는 작은 무인도이지만 관탈도는 제 몸보다 훨씬 큰 바다를 품고 있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이곳은 해녀들이게 숨겨진 황금 바다밭이다.
○ 신안군 항도
유인도 주변에 많게는 수십개씩 훝어져 놓인 무인도는 수많은 물고기들을 키워내고 불러들인다. 섬과 섬 사이, 물고기들이 다니는 길목에 그물을 던져놓기만 하면 그물은 저절로 찬다. 하루 두 번, 물이 빠지면 빠지는 대로 섬은 미역이며 톳, 거북손 등 또다른 보물들을 내어놓는다 .
■ 국토의 끝을 지키는 파수꾼이자 해양영토 시작점으로서의 무인도
대한민국 영해 범위 설정의 기준이 되는 영해기점 스물 세곳 중 육지부 세 곳을 제외한 20개가 모두 섬이다. 그 가운데 무인도가 13개이다. 섬이 있어 대한민국 영토는 그만큼 확장된다. 그렇게 지켜낸 해양영토의 면적은 국토 면적의 4.4배에 이른다.
○ 부산 1.5미이터암
부산시 송정 해수욕장 앞바다의 영해기점섬 1.5미이터암은 안내 표석조차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암도이다. 1.5미이터암이 있어 영토는 이곳까지 확장되고 이곳으로부터 영해가 설정된다. 쉴 새 없이 부딪쳐 오는 파도를 온몸으로 막으며 견고히 영해기점으로써의 임무를 다하고 있는 섬. 이것이 이 작은 무인도가 견디고 있는 무게이자 우리가 작은 섬 하나도 허투루 할 수 없는 이유이다.
○ 서해 최서단 격렬비열도, 여수 하백도,
서해 격렬비열도 인근 해상은 중국 불법조업어선들의 잦은 출몰로 인해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격렬비열도가 ‘서해의 독도’로 불리는 이유이다. 영해기점 섬의 보전 빛 관리를 위해 관할 해양경찰서에서는 해당 섬에 대한 수시 점검 및 한 달에 한 번 이상의 근접 점검을 실시한다. 여수 신항에서 95km 떨어진 영해기점섬 하백도 점검 현장을 찾아간다.
■ 베일 벗는 무인도, 일상으로 다가오다
해양수산부에서는 무인도서의 체계적인 보전 및 관리를 위해 10년 주기로 무인도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렇게 조사된 자료들은 절대보전 및 준보전, 이용가능, 개발가능 등의 관리 유형으로 분류되어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정보를 습득하고 이용 가능하도록 무인도서 종합정보제공 사이트를 통해 제공된다. 무인도는 이제 더 이상 낯설고 멀기만 한 미지의 섬이 아니다.
창원시 명동항에서 불과 10분 거리에 있는 소쿠리섬. 과거 유인도였다가 무인도가 된 이 섬은 ‘육지에서 가까운 무인도’라는 특징으로 인해 가족이나 연인들의 캠핑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 저마다의 보물을 키워내며 무인도의 시간은 오늘도 그렇게 흐른다
변한 것은 시절이요 사람일 뿐, 섬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충남 서천 앞바다의 작은 무인도인 할미섬에서는 아직도 독살이 운영된다. 할미섬 인근에 고기가 넘쳐나던 시절에는 ‘논 열마지기를 주어도 안 바꾼다.’던 독살이 다섯 군데나 됐었지만 지금 남은 것은 임종호 할아버지의 독살 하나 뿐이다. 어장 환경이 바뀌면서 비록 예전만은 못하지만 할미섬은 여전히 할아버지에게 보물섬이다.
무인도의 시간은 오늘도 그렇게 여전히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