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남철수작전’은 미 10군과 국군, 그리고 10만 명이 넘는 민간인 피난민까지 함께 구해낸 6.25전쟁 사상 가장 위대한 작전으로 손꼽히는 대규모 해상철수작전이다.
<다큐on>은 1950년 12월 9일부터 24일까지, 철수작전이 진행된 보름 간 흥남부두에서 벌어진 다양한 사건들을 발굴, 추적한 다큐멘터리
<1950년 흥남철수의 비밀>을 2부작 방으로 방송한다.
가장 작은 배로 가장 많은 인명을 구한 사례로 기네스북에 오른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정원의 200배가 넘는 사람을 태울 수 있었던 피난민 배치의 비밀. 독일, 미국, 일본까지 세계 각지의 구조선박을 긁어모은 한미연합군의 기지. 방송 최초 공개되는 미 해군 10군단 보고서에 공식 기록된 구조 선박의 명부와 흥남에서의 항해 후 사라진 메러디스 빅토리호 라루 선장의 마지막 행적까지...
수십만 피난민들의 목숨과 미래를 바꾼 1950년 12월의 흥남부두.
눈보라가 휘날리던 바람찬 71년 전 그 겨울로 되돌아가 본다.
■ 최초 공개 -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항해일지
92세의 멜 스미스는 21살의 나이에 2등 기관사로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올랐다. 그곳엔 2등 항해사인 로버트 러니, 3등 항해사인 벌리 스미스도 함께 있었다.
그들은 71년 전 흥남에 도착한 날, 배에 전달된 기묘한 명령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화물선인 배에 화물 대신 사람을 가득 태울 수 있겠냐는 요청.
사실 그들의 배는 군함이 아니었기 때문에 군의 명령을 얼마든 거절할 수 있었지만, 흥남부두의 상황을 지켜본 배의 책임자 ‘레너드 라루’ 선장은 곧바로 그 명령을 받아들인다.
그 날의 상황이 기록된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항해일지를 <다큐on>에서 최초 공개한다.
■ 정원의 200배를 넘긴 승객, 그리고 김치 5의 탄생
당시 13살 소년이던 ‘양승권’씨는 흥남부두에서 라루 선장의 결단으로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승선하게 된 피난민 중 하나였다.
그는 나무로 만든 임시 갑판을 세우고 쉴 새 없이 광주리에 사람을 실어 올리던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모습을 또렷이 떠올린다. 그렇게 정원 60명의 배에 누울 자리도 없이 서로를 껴안은 채 빽빽하게 올라탄 14000명의 피난민.
그들을 태운 선원들마저 물도, 난방시설도 없는 이 열악한 항해에 남쪽에 도착하면 절반 이상은 죽을 거라 예상했지만, 놀랍게도 3일 동안 누구도 다치지 않았고 오히려 배 안에서 5명의 새 생명이 태어나는 기적이 일어났다.
■ 선장에서 수사로, 47년 만에 밝혀진 선장의 마지막 행적
14005명을 살린 기적의 항해로 불리며 수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았던 ‘메러디스 빅토리호’와 ‘레너드 라루’ 선장. 그러나 라루 선장은 흥남에서의 항해 이후 소리 소문 없이 자취를 감추고 만다.
그리고 47년 뒤, 그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곳은 놀랍게도 미국 뉴저지에 위치한 한 수도원이었다. ‘레너드 라루’ 선장은 카톨릭 수사 ‘마리너스’ 신부가 되어 성물방에서 제2의 삶을 살고 있었던 것.
평생 신도들에게조차 선장으로서의 삶을 알리지 않았던 마리너스 신부는 생의 마지막이 가까워지자 47년 만에 처음으로 스스로 흥남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가 건넨 마지막 부탁은 한국인이 보고 싶다는 것. 마리너스 신부의 장례식엔 한국인 신도들이 참여해 그의 마지막을 지켰다.
영면에 든 후에도 그가 이어준 한, 미 수도원의 특별한 인연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KBS 1TV ‘다큐ON’ 2부작 <1950년 흥남철수의 비밀> 2부 ‘라루 선장의 마지막 항해’ 편은 6월 26일(토) 밤 11시 4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