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다
▶ 동아시아 국가 교류 중심국 백제의 위상, 무령왕릉
지난 7월, 공주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무령왕릉 발굴 50주년 기념식이었다.
공주 송산리고분군의 7기의 무덤 중 유일하게 무덤의 주인이 알려진 무령왕릉. 1971년 6호분 배수로 공사 도중 단 한 번도 도굴되지 않은 상태로 발견되어 고고학계를 뒤흔들었다.
무령왕릉은 백제의 무덤 양식이 대부분 돌로 만든 석실무덤인 데 반해 벽돌 무덤 양식. 이는 당시 중국 남조에서 성행하던 무덤 양식으로, 백제가 중국과의 교류 속에서 새로운 문물을 과감하게 도입했던 결과물이자 문화적 자신감의 발로였다.
무령왕릉에서는 모두 108종 4600여점의 유물이 출토되었는데, 출토된 유물들 역시 백제의 교류사를 말해주고 있다. 동탁은잔은 중국 난징에서 출토된 잔과 흡사하며, 일본에서도 역시 동탁은잔과 같은 모양의 제품이 출토되었다. 또한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동남 아시아산 유리 제품은 동서 교역의 중심지였던 푸난(캄보디아)과의 직간접적인 교역의 증거가 되고 있다. 또한 무령왕릉에서 왕과 왕비를 모셨던 목관의 목재 금송은 일본에서만 자생하는 고급 목재로 알려져 있다. 이는 백제 왕이 사망했을 때 일본 최고의 관재인 금송을 지속적으로 보내줬음을 보여주고 있다.
▶ 백제의 운명을 품은 가장 핵심적인 사찰, 정림사지
“당시에는 불교적인 것이 왕권 아래 모이게 하는 결속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을 했고 (...) 불교를 왕실에서 지원해서 많이 퍼뜨림으로써 국민들을 결속할 수 있다고 봤을 것입니다.”
- 배병선 전(前)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소장 -
538년 성왕 때 사비로 천도한 백제. 성왕은 부여의 한가운데 정림사를 건립했다.
이 사찰은 백제의 전형적인 1탑 1금당의 구조였다. 정림사지의 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5층석탑은 기존의 목탑을 단순화시킨 모양새로 균형 있고 단아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정림사지에 처음 구현되었던 1탑 1금당의 가람배치는 이후 백제 전역에 확장되었고, 이는
신라와 일본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7세기 초반, 일본 쇼토쿠 태자가 건립한 사찰 호류지. 이 사찰의 5층 목탑은 기단의 모양,
지붕의 넓이,밑에서 위까지 점점 좁아지는 부분의 형태와 균형감이 정림사지 석탑과 상당히 유사함을 확인할 수 있다.
▶ 백제사 연구의 일대 전기를 이룬 발견, 미륵사지 석탑 사리장엄구
2009년, 미륵사지 서탑 해체 작업을 하던 중 서탑 심주석에서 미륵사의 비밀을 풀어줄 놀라운 유물이 발견되었다. 심주석 안에는 부처님의 사리를 담았던 그릇인 사리호와 미륵사 탄생의 기원이 기록된 금제사리봉영기를 포함한 사리장엄구가 오롯이 담겨있었다.
금제사리봉영기에는 무왕의 왕비인 사택적덕의 딸이 639년 사리를 모시고 절을 세웠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로써 미륵사지의 정확한 탄생 배경이 밝혀졌으며, 이때 나온 유물들로 인해 백제사 연구에 있어 기준을 만들 수 있게 됐다.
▶ 백제 궁궐의 진수, 왕궁리 유적
“삼국시대의 왕궁에 걸맞은 전모를 보이는 것은 익산 왕궁 유적밖에 없어요.”
- 충남대 고고학과 박순발 교수-
7세기 무렵 고구려, 신라와 계속해서 영토 다툼을 벌이던 백제. 무왕은 새로운 왕궁을 익산에 건설하기 시작했다. 남북 490미터, 동서 240미터에 이르는 궁궐 담장 안에는 정사를 돌보는 정전과 부속 건물, 정원, 후원이 있었다. 또 관리나 궁인들이 사용하던 대형 화장실과, 왕실에서 사용하는 귀금속을 만들던 공방도 있었다. 왕궁리 유적은 7세기 백제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기술이 구사된 왕궁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덴무 천황 시대에는 백제가 멸망했지만 일본에는 몇몇의 백제인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기술을 가지고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다테우치 료 만요문화관 주임연구원 -
일본 아스카이케 공방에서는 왕궁리 유적에서 발견된 유리 도가니와 흡사한 것이 발견됐다.
두 공방은 매우 장기간 대규모로 운영된 공방으로서 긴밀히 기술 교류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스카 정원 유적 역시 수로를 만들고 돌을 까는 방식 등에서 익산 왕궁리 정원 유적과의 유사성을 보여주는데, 백제의 정원 기술이 일본에 전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0월 22일 (금요일 밤 10시 50분), 10월 23일 (토요일 밤 11시 40분) 방송 예정인
다큐 ON 세계유산, 백제‘ 편에서는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백제 세계문화유산의 가치를 조명하며, 1400년 전, 동아시아 교류의 중심국가로 활발히 활동했던 백제의 위상을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