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호는 인생을 싣고-
강원도 양구에 사는 정영섭(61), 김금순(60) 부부는 매일 새벽 4시 소양호에 배를 띄운다. 장어, 피라미, 쏘가리, 메기 등 민물매운탕 거리를 잡는 부부는 소양호를 누비는 100여 명의 어부 중 수확량이 다섯 손가락에 꼽힐 만큼 베테랑 어부다. 특히 정영섭 씨는 물속에 고기들이 가는 길을 읽을 정도로 그물을 놓는 솜씨가 남다르다. 그도 그럴 것이, 초등학교 때부터 파로호 어부인 아버지를 따라 배에 오르기 시작해 고기잡이를 생업으로 삼은 지 벌써 40여 년이 흘렀다.
결혼 후 잠시 소양호를 떠나 농사에 전념해보기도 하고 미장도 배워봤지만, 그는 운명처럼 다시 배에 올랐다.
-40년 어부 인생 최고의 동반자-
힘든 어부 생활을 견딜 수 있게 해준 것은 천생 배필인 아내 덕이었다.
아궁이 무쇠솥에 밥을 지어 먹는 가난한 산골 살림, 게다가 6남매의 장남인 영섭 씨에게 열아홉 나이에 시집 온 금순 씨는 시집온 그 날부터 손끝에 물 마를 날이 없었다. 시부모님과 다섯 시동생의 도시락을 싸며 하루를 시작해야 했고, 뱃일과 농사일을 도우며 민물매운탕 식당까지 운영했다. 유난히 부지런한 데다 일 궁합까지 잘 맞는 부부는 가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1남 1녀 자녀들까지 출가시키고 여유로운 삶을 살 만도 하건만 부부는 여전히 소양강에 배를 띄운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성실한 부부의 인생은 부모님께 물려받은 유산이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유산-
정영섭 씨의 아버지, 정병덕 할아버지(83)는 60여 년 경력의 파로호 어부다. 정병덕 할아버지는 고기잡이를 하면서도 노는 땅 없이 농사를 지었고, 무더운 여름이 지나면 약초와 삼을 캐러 산에 올랐다. 장남 정영섭 씨는 어릴 때부터 그런 아버지의 일손을 거들며 머리가 굵었고 강물에 새겨진 아버지의 발자국을 따라 성실한 어부가 되었다. 여든이 넘은 지금도 파로호에 배를 띄우는 부친 정병덕 할아버지와 모친 윤정해 할머니(79)는 부부 금실이 좋기로도 소문이 자자하다. 성실하게 일하고 서로를 아끼며 살아온 노부부의 삶은 그 자체로 자녀들의 인생의 지침서가 됐다.
-소양강의 유산-
아무리 어려워도 남에게 손 벌리기보다 부지런하고 정직하게 몸을 놀려온 부모님은 정영섭 씨의 인생 교본과도 같다. 부모님께 배운 대로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일해서 번 돈이 세상에서 제일 가치있더라”는 정영섭 씨.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은 물론, 아내와 자식 사랑까지 고스란히 부모님께 물려받은 그가 후대에 물려주고 싶은 유산은 무엇일까?
부모님께 물려받은 인생철학을 지니고 살아가는 소양호 어부 부부,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8월 28일 토요일 11시 40분 KBS 1TV에서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