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27년, 그동안 지방정부는 갈수록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주민들의 이해와 요구에 부응하고자 끊임없는 새로운 도전과 실험을 거듭해왔다. 몸집이 가볍기에 창의적이고 과감하고 꼼꼼할 수 있는 지방 행정. 다양한 시도와 노력이 이루어지면서 가장 보수적이라고 말하던 행정이 점차 달라지고 있었다. 주민 곁에서 함께 호흡하며 열심히 뛰는 지역의 공(公)반장들[지역 공무원의 별칭]의 하루를 통해, 지방자치 제도의 진짜 의미를 찾아본다.
● 망가지는 맛(?)을 아는 공무원들 – 경상북도 <보이소 TV>
경상북도 공식 유튜브 채널 <보이소 TV>를 운영하는 뉴미디어 팀 3인방은 영상에 직접 출연한다. 콘셉트는 철저한 B급 감성. 꼰대의 힘으로 무장했지만 늘 당하기만 하는 캡틴 장(장수환 팀장)과 팀원 김연진, 홍미진 주무관이 그 주인공. 이들은 최근 코로나로 위축된 지역 농가를 위해, 특산물 홍보영상을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 농민들을 만나 직접 섭외도 하고, 시나리오도 쓰고, 촬영 의상도 손수 준비한다. 무엇보다 이들은 파격적으로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감한 공(公)반장들이다.
사실 전문가가 하는 작업에 비하면 영상의 촬영도, 연기도, 편집도 허술한 면이 있지만 그런 날것의 느낌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조회 수도 수만씩 나오고, 과기부에서 주최한 대한민국 SNS 대상까지 받았다. 팀원들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로 자율성을 꼽는다. 콘텐츠 기획에 대해 결재를 받지 않기에 과감한 기획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 공무원답지 않은 파격적 영상으로 SNS에서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경북 뉴미디어팀 3인방! 그들이 이번에는 청도 감 농장을 찾았다.
● 친환경 도시로 변신하는 울산
철새와 주민 사이, 공존의 다리를 놓다 – 철새홍보관장 김성수
울산의 젖줄 태화강은 과거 무분별한 개발로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었다. 그러나 1995년 이후 울산광역시는 주민들과 함께 태화강을 살리기 위한 생태복원에 힘을 쏟았고, 이제는 연어와 철새 등이 돌아오는 생명의 강으로 변모했다. 현재 태화강은 두 번째 국가정원으로 지정되며 관광객들이 대거 유입되며 활기를 띠고 있다.
연간 13만 마리가 넘는 떼까마귀들이 찾는 태화강 인근의 삼호마을. 그러나 주민들에게 철새는 불청객에 불과했다. 소음과 새똥 등으로 인한 피해로 민원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철새 홍보관 관장인 김성수 씨의 역할은 주민과 철새 사이에 이해와 공존의 다리를 놓는 것이다. 철새에 대한 오해를 줄이고 함께 살아갈 방법을 알리기 위해, 그는 매일 새벽같이 태화강으로 나가, 철새의 생태와 습성을 연구하고, 이렇게 쌓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민들에게 강연한다.
울산시 역시 인근 가구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를 지원하고, 지속적인 관리 서비스를 제공했다. 주민들에게 친환경 도시의 이점을 알리고,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이런 노력 덕분에 주민들의 태도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마을협의회를 만들어 태화강 일대를 청소하거나, 태화강의 아름다운 자연을 지역 브랜드로 홍보하는 등 환경과 소통하는 법을 익혀나가는 중이다.
“제일 먼저 지속적으로 철새에 대한 오해를
정확한 생태와 관련한 강의를 해줌으로써
지역 주민들하고 같이 이 새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공부를 했습니다.”
-김성수/울산시 철새홍보관장-
● 무엇이든 해결하는 마을 지킴이 – 경기행복마을관리소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 직접 발로 뛰며 주민들에 의한, 주민들을 위한 민원을 즉각적으로 해결해주는 행복마을관리소가 있다. 부서진 집기를 수리해주고, 유휴지를 활용해 채소를 키워 어려운 이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은 물론, 늦은 밤 골목길을 누비며 주민들의 위험요소를 발견하는 일까지. 주민들이 원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도와주는 만능 해결사가 행복마을관리소 지킴이들이다. 일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한다는 이들은 모두 청운면 주민들이다.
행복마을관리소 사업은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 안전망 구축과 지역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경기도가 시작한 사업이다. 지역 주민을 직원으로 채용하기 때문에, 주인 의식을 갖고 마을 곳곳의 문제를 꼼꼼히 찾아내는 것은 물론,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단순한 행정 서비스가 아니라 이웃의 마음으로 다가간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중앙에서 어떤 정답을 준 걸 그대로 일사불란하게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에서 각각의 문제들을 현장에서 찾아내고
그 현장에 맞는 해답을 찾아 나가는 거죠.
(이제는) 정답이 아닌 해답이 중요한 시대다!“
-임문영/기술경영공학박사, 경기도 미래성장정책관-
지역 주민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함께 호흡하며 봉사하는 우리시대의 공(公)반장들. 그들의 활약상이 KBS1TV 11월 14일(토) 밤 11시 40분 [다큐ON- 공반장의 하루]에서 공개된다.